45년 전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저희 아버지는 도매 관련해서 큰 사업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였음에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나
퇴근하고 집에 오신 이후에도
아버지는 계속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 흙이 묻어 있는 아버지의 구두를
발견하고는 화장실에서 아버지의 구두를 물에 담가
솔로 깨끗하게 닦아 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제 운동화를 깨끗하게 빨아줬을 때
아주 기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도 내가 구두를 이렇게 닦아 드리면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몹시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밤이 되면 마를 줄 알았던 구두가
다음날까지 마르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구두 가죽에 솔질까지 하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당시의 저는 마르지 않는 구두를 보며
크게 당황했습니다.
아버지는 출근하시기 전,
물기에 젖어있는 구두를 보며 물으셨습니다.
"이거 뭐야? 누가 그랬어?"
저는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을 것이 두려웠지만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제 이야기에 아버지는 왕 꿀밤을 주셨습니다.
저는 욱신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아버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모습에서 놀라운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웃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었습니다.
내내 웃지 않던 아버지가 저에게
꿀밤을 때린 이후에 어느 때보다 활짝 웃고 계셨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젖은 구두를 신고는
출근하셨습니다.
출처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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