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우리 부부는 한 노부부를 마주칩니다.
그들은 예쁜 사발에 고양이 밥을 담아
배고픈 '길냥이'들을 먹입니다.
혹여 동네에 길냥이 천국이 되진 않을까
살짝 걱정됐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딱 3마리뿐입니다.
제 아내는 본래 고양이를 싫어했습니다.
눈이 무섭게 생겼고 괜히 발톱으로 할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길냥이는 그 노부부가 조용히 부르면
어디선가 달려와 '야옹∼'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게
아내는 신기했나 봅니다.
어느 날 아내도 길냥이들을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내가 더 친근하게 불렀더니 이번에는
온갖 아양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연신 비비기도 하고,
벌러덩 누워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도 부립니다.
의심 많은 저는 그 녀석이 밥 주는 할머니와
제 아내를 헷갈린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했습니다.
이후 아내는 그 길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다정하게 길냥이를 부르고 있었고
그때마다 길냥이는 반갑게 아내를
맞이했습니다.
저는 아내와 그 길냥이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 잘 모릅니다.
그것은 둘만의 비밀스러운
속삭임일 테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아내와 길냥이가 서로 무언가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요.
길냥이는 제 아내의 보살핌과 관심으로 인해,
제 아내는 길냥이의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인해,
서로에게 교감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출처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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