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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영 예명대학원대학교 교수 인터뷰

고 재만 사회복지학/ 박사 2024. 5. 10. 10:45

임해영 예명대학원대학교 교수 인터뷰

편견에 숨은 장애여성 性·사랑… 그들의 목소리 들려줄 것

 

"저도 장애인인데 상대도 장애인이면 얼마나 쉽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관심도 부담스럽고, 내 아이도 약간 그렇게 보지 않을까…."

"오빠랑 결혼식도 올리고 애기도 낳고, 그냥 그렇게 살고 싶어요. 진짜 부럽게 사는 부부들처럼."

올해 초 출간한 책 「다른 듯 다르지 않은」에는 낭만과 현실의 교차점에 선 장애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책을 쓰고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임해영 예명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녀들의 사랑은 결코 다르지도, 낯설지도 않다며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본인이 써 내린 책으로 사회가 장애여성들의 사랑과 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길 바란다. 또 그동안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도 장애여성의 성적 욕구와 실현이 부정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독자에게 불평등과 차별 속 사랑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감동과 용기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음은 임해영 교수와 일문일답.


-자기 소개와 책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집필 이유는.

▶임해영이라는 사람은 한 발, 한 발 뚜벅뚜벅 내 장단에 맞춰 인생을 살았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예명대학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전임교수로 석·박사생들을 가르친다. 

최근 몇 년간 여성과 장애여성, 발달장애인 질적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더욱이 장애여성을 연구하며 성과 사랑에 소외받고 배제됨을 느꼈다. 이들에게 쏟아지는 사회 시선이 좀 더 유연해지고 넓어졌으면 했다.

2015년께 만난 한 지적장애인 여성은 누구보다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편협한 시선과 낮은 장애 수용으로 매번 갈등했다. 이를 본 뒤 기회가 된다면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성과 사랑을 주제로 집필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책 소개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책 「다른 듯 다르지 않은」은 2020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저술출판 지원사업에 선정돼 약 3년간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완성했다. 

책 1부는 ‘장애를 가진 몸’, ‘여성성이란 통념에 갇힌 몸’, ‘보호라는 명분에 가두어진 성’, ‘자율이라는 이름의 성적 주체’, ‘한계에 대한 통찰과 횡단적 사유를 향해’로 구성했다. 2부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성적 주체’, ‘낭만과 현실의 교차점’, ‘폭력이라는 이름의 성’으로 이뤄져 장애여성들의 성적 욕구, 연애와 사랑, 결혼생활,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성매매, 성폭력을 다뤘다.

그동안 사회는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때문에 성과 사랑의 삶에서 장애여성들은 소외됐고, 목소리를 잃은 존재였다. 

더 많은 독자들이 책을 주목한다면 목소리를 잃은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되돌려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들이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도록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에 관심이 늘어나길 바란다. 

그 방법으로 사회 대화가 이뤄지길 원한다. 사회 대화 시도는 곧 사회가 사회 공감 영역으로 함께 이동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의 뜻은.

▶책을 집필하며 몇 차례 면담을 진행한 장애여성과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대학교수님이라고 하고 전화 목소리도 지적으로 들려서 아주 호리호리하게 날씬한 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고 푸근해서 좋아요"라고 했다.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20년 가까운 삶을 살며 종종 듣는 이야기다. 이 말은 결국 전문직 여성에 대한 암묵적인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고정 시각에서 벗어난 사람은 어긋나거나 잘못된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결국 고정관념은 배제와 차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비장애인도 일상생활 중 고정관념의 부정적 영향력에 자유롭지 못한데 장애여성은 어떠할까?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여성의 삶은 굉장히 낯설고 다르다는 꼬리표가 붙기 쉽다. 

세상에는 알록달록하고 울퉁불퉁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비장애인과 다른 모습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주목해 보면 각자 처한 환경만 다를 뿐 비슷한 감정을 나누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 소수자라고 하는 장애인이 차별이나 사회 배제가 왜 일어나는가 생각해 보면 주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에 책을 마무리하며 내렸던 결론은 ‘장애여성의 성과 사랑도 비장애여성과 다르지 않다’로, 책 제목을 ‘다른 듯 다르지 않은’이라고 붙였다.


-책을 쓰며 만난 장애여성 가운데 인상 깊은 사례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성과 사랑이란 민감하고 내밀한 주제를 다룬다는 부담감이 컸다. 더욱이 장애여성들을 면담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그 여정 속 세상 밖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목소리를 내준 모든 여성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가운데 한 명을 꼽자면 책 끝부분에 나온 50대 중·후반 지체장애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장애여성들에게 장애가 없거나 장애를 가졌거나 이 기준을 두고 사람을 만나지 말고 많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인 혹은 친구라든지 제한을 두지 말라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만나야 한다고 했다. 오래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만남에 서서히 스며들고, 그 속에 장애와 비장애보다는 그냥 오롯한 사람이 보인다고 전했다. 

그의 말은 여성, 아내, 어머니로서 삶을 살아온 인생 선배가 젊은 청춘 여성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처럼 들렸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고 하나의 주체를 가진 사람으로서 바라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큰 울림을 줬다.

-장애여성에 대한 사회 시선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편견으로 인한 차별이나 혐오, 배제는 그 대상을 잘 몰라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장애여성들과 그들의 성과 사랑, 삶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과 차별, 배제하는 태도가 생긴다. 이러한 편견을 없애려면 사회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 약자나 소수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투쟁 또는 시위를 선택한다. 이 같은 방식을 택한 이유를 꼽자면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여성은 사회 시선 때문에 연애와 사랑을 숨기거나 그들의 장애가 걸림돌이 될까 봐 임신과 출산, 양육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이 책으로 성과 사랑 앞에서 장애 여부를 던지고 연립해 살아가는 사회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대화의 장이 마련돼 장애여성의 여성과 어머니로서 삶을 함께 축복하고 지원하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민준석·이은채 기자 chae@kihoilbo.co.kr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